# Ticketing


"진짜 결제하는 거야?" 나대는 심장을 겨우 붙잡고 그에게 물었다. "그럼!" 한 치의 망설임 없는 그의 대답. 체념했다. 이제는 손 쓸 수 없다.

사실 내가 여행을 좋아하는지 아직 모르겠다. 자유시간이 생기면 '혼자 집에서 쉬어야지!'하고 설레할 뿐, 그 시간을 이색 장소에서 보내려고 굳이 계획을 짜지 않는다. 여행을 갈 때는 주변 사람들이 함께하자고 할 때뿐이었다. 그때도 계획을 세우면서 들뜨거나 하지 않는다. 그저 여행이 끝나고 은은히 밀려오는 추억을 좋아하는 편이다.

그는 정반대다. 여행 계획이 잡혔을 때 그의 눈은 이례 없이 빛난다. 특히 선호하는 건 고생이 그득그득한 여행. 그걸 즐기려는 한 마리의 하이에나가 된다. 이런 그와 살면서 팔자에도 없는 스카이다이빙도 하고, 히말라야 등반도 했다. 이번엔 오랜 숙원사업이었던 세계여행을 1년 동안 함께 다녀올 계획이다.

어제저녁, 멕시코로 가는 값싼 비행기 티켓을 발견했고 그대로 결제 버튼을 눌렀다. "결제되었습니다." 휴대폰으로 날아온 카드사의 메시지를 보고 나서야 실감이 났다. 벌써 뒷목 잡으실 부모님 모습이 눈앞에 선했다. 작은 범죄를 모의한 두 불효자는 염치없이 낄낄거렸다.

1년간의 세계여행은 별일 아니라면 별일이 아니고, 큰일이라면 큰일이다. 그는 8년이 넘도록 다닌 직장을 그만둘 것이고, 30대 중후반의 나이로 재취업을 해야 한다. 나는 무조건 1년 안에 임용고시에 붙어야 한다. 그래도 벼랑 끝으로 밀어버리려고 한다. 어떻게든 살아남겠지! 그전에는 원없이 놀다 오자. 나답지 않게 설레려 한다.


2020년 2월 25일 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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